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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연재 주기
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61,387
추천수 :
20,944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06 21:29
조회
23,228
추천
475
글자
11쪽

제 3장 비무대회 (3)

DUMMY

생각지도 않은 예선전의 방법과 규칙이었지만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머리에 묶지도 않고 품속에 넣어두었던 붉은 띠를 동행자들 중에 한 명에게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밤이 되고 남궁세가 곳곳에 수많은 횃불들이 밝혀져 있었지만 동행자들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데 그런 그에게 비무를 신청하거나 붉은 띠를 빼앗으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너무 태평하게 돌아다니다 보니 그를 예선참가자로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러면서 그는 동귀어진(同歸於盡)한 무인들 사이에서 붉은 띠를 두 개나 더 얻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그 붉은 띠를 팔기로 결정했다.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살았지만 막상 쉽게 돈을 벌 기회가 생기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그는 황당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와 동행했던 무인들이 붉은 띠를 은자 10냥에 팔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설마 예선에서 져달라고 했던 이들이 붉을 띠를 돈 받고 팔 줄은 몰랐기에 순간적으로 놀라서 굳어있는데 그 사이에 그들은 구경꾼들이 모여 있는 천막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동휘가 붉은 띠를 팔려고 했을 때에는 이미 붉은 띠를 사려는 이들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속았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불운에 씁쓸해하던 그가 난장판이 되어있는 장내에서 벗어나려고 했을 때였다.

무엇인가가 발에 결려 내려다보니 한 사람이 쓰러져있었다.

혼잡 중에 사람들에게 짓밟혔는지 등에는 발자국이 여러 개 찍혀있었다. 그 모습이 늘 짓밟히며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서 동휘는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쓰러진 이를 거의 끌다시피 해서 인적이 없는 전각에 기대어 두던 동휘는 언뜻 그의 품에서 붉은 띠를 보았다. 꺼내보자 줄줄이 딸려 나오는 붉은 띠들이 세 개나 되었다.

무인도 아닌 자신이 붉은 띠를 모아서 무엇을 하겠는가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동휘는 자연스럽게 그 붉은 띠들을 자신의 품속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몇 발자국 걸었을까?

툭!

누군가가 그를 치고 지나갔다.

어두운 밤이라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그는 붉은 띠들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했다.

그에 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워낙 그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일인지라 동휘는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한숨을 쉬며 군웅들이 모여 있는 천막 쪽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둥둥둥!

북소리가 울리며 총관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 곧 묘시(卯時)입니다. 본선진출하실 분들은 서둘러 주십시오.”

그 말에 사람들은 좀 더 가까이에서 본선 비무를 보기위해 우르르 승천문 쪽으로 몰려갔고 동휘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휩쓸려서 승천문 쪽으로 가까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혼검(邪魂劍) 북리정(北里情), 본선진출이오!”

서른 개 이상의 붉은 띠들을 꺼내 놓은 북리정이란 인물은 가까이 가기만해도 베어질 듯 날카로운 사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로 인해 군웅들은 늑대로부터 멀어지려는 양떼처럼 북리정으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렇지만 불순한 기운을 저절로 막아내는 정순한 호흡법으로 인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동휘는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그의 가까이에 서 있어야만 했다.

북리정은 그런 동휘를 힐끗 쳐다보다가 그를 슬쩍 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얼떨결에 승천문안으로 들어선 동휘는 눈앞에서 손을 내미는 총관의 모습에 건달패에게 상납금을 바치며 거지생활을 하던 때의 기억이 떠올라 습관적으로 품속을 뒤지며 무언가 줄만한 것을 찾았다.

그리고 뜻밖에도 무엇인가가 손에 잡혔다.

꺼내어보니 한 움큼의 붉은 띠들이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열 개 이상이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서동휘와는 상관없이 붉은 띠들을 확인한 총관이 말했다.

“별호와 성명을 말씀해주십시오.”

“아, 저는......”

그가 본선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려던 순간이었다.

뒤쪽에서 한 무리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위거사(無爲居士) 서동휘(徐潼煇)요!”

‘그런 거창한 별호라니......’

그들은 바로 그와 동행했던 이들이었다.

와!

군중들의 경이에 찬 환호성을 들으며 서동휘는 그 때서야 비로소 저들과의 만남부터가 자신의 불행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혼검 북리정은 금릉의 유명한 기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모르고 컸지만 뛰어난 재녀인 어머니에게서 학문을 배우며 어느 귀족자제 못지않게 귀하게 커나갔다.

그러나 그의 나이 열다섯, 사모하는 이가 생기면서 자신은 그저 기녀의 아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마음에 둔 여인인 민자연(民慈延)은 한림학사(翰林學士)의 고명딸이었는데 그 부친이 그와의 만남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었다.

그로 인해 민소저를 만나지 못하고 의기소침해 있던 그의 귀에 민소저가 거기장군(車騎將軍)의 자제와 혼담이 오고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절망한 그는 그날 밤에 얼마간의 금품을 챙겨 가출해버리고 말았다.

책상에서 글공부만 하던 그에게 세상은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챙겨간 금품은 얼마 안가 사기를 당해 빼앗기고 춥고 배고픈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한 낭인을 만나 힘으로 움직이는 세상, 즉 무림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무림에 뛰어들었다.

낭인을 통해 기초적인 검술과 호흡법을 익힌 그는 손에 물집이 생겨서 터지고 다시 물집이 나고 피가 흐를 정도로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힘을 얻으면 민소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미 남의 아내가 되어있을 여인이지만 한 번만이라도 다시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던 어느 날 그에게 기연(奇緣)이 찾아왔다.

사냥을 하려고 들어갔던 동굴 속에서 해골 한 구와 비급(秘笈)을 발견했던 것이다.


<사혼검법(邪魂劍法)>


궁극의 경기에 이르면 검으로 상대의 혼을 잘라낼 수 있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검법이었지만 북리정은 그 검법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가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나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혼자 고생하며 이때까지 키워왔는데 자신은 여자 때문에 가출을 해버렸으니......

그 동안 너무 불효했다는 생각이 들자 어머니가 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심마(心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는 다음날 검 하나를 들고 금릉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온 금릉은 낯설면서도 정겨웠다.

곧장 기녀원으로 달려가 어머니를 찾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칠년 전에 기녀 생활을 접고 금릉 외곽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길을 물어 찾아간 집은 작지만 깨끗한 곳으로 작은 밭이 딸려 있었는데 밭에서는 두 여인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북리정은 그들 중 한 여인의 구부정한 등을 보면서 목에서 소리를 짜내듯이 말했다.

“......어머니!”

작은 그 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여인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북리정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기기 시작했다.

“정아!”

오랜만에 어머니의 품에 안긴 북리정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

확인하듯 계속해서 어머니를 부르던 그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랑.”

돌아본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는 민자연이었다.

“연, 연매?”

확인하듯 물어보는 그의 말에 여인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어, 어떻게?”

“어떻게 된 일이긴. 네가 떠나고 연아는 집을 나와 지금까지 나와 살았다.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못난 녀석.”

북리정은 자신이 정말 못난 사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열다섯.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며칠 후, 북리정과 민자연은 혼례를 올렸다.

낮에는 어머니와 부인을 도와 밭일을 했고 저녁에는 습관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의 귀에 남궁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백성들을 도와 밭일을 한다.

남궁세가는 세가인들은 물론 그 하인종속들에까지도 무공을 가르친다.

남궁세가에서 만패검자(萬敗劍子) 심염(沈炎)을 무사부로 받아들였다.

안휘성(安徽省)의 크고 작은 무가들이 모두 남궁세가의 아래로 들어갔다.

남궁세가가 곧 강소성(江蘇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등등.

그런 얘기들을 들으며 북리정은 자신의 안에 잠들어 있는 야망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들리는 소문만으로 남궁세가를 판단할 수는 없었기에 소가주 취임식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자 그는 남궁세가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남궁세가 소가주 취임식에 참석한 북리정은 남궁세가를 유심히 살펴본 후 자신이 뜻을 펼쳐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비무대회가 열렸고 북리정은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남궁세가에 보이기로 했다.

붉은 띠를 사십 개 이상이나 모은 그는 문뜩 너무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오히려 견제를 받을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무인이 아닌 구경꾼으로 보이는 사내의 품에 자신의 붉은 띠들 중 일부를 슬쩍 찔러 넣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사내가 태연한 신색으로 자신의 가까이에 서 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북리정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사혼검법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들어서자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기 때문에 범인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무인들조차 그를 피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가까이에 서 있는 사내를 보니 무인으로서 호승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겨루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묘시가 다 되도록 승천문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서동휘를 보니 초조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그를 밀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서 서동휘는 열다섯 명의 본선진출자들 중 한명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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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 3장 비무대회 (9) +16 18.01.12 1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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