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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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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55,790
추천수 :
20,926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06 21:27
조회
23,307
추천
452
글자
11쪽

제 3장 비무대회 (2)

DUMMY

둥! 둥!

북소리가 울리자 많은 사람들이 비무대가 설치된 곳으로 모여들었다.

비무대 앞에는 용사비등(龍蛇飛騰)한 서체로 <승천문(勝天門)>이라고 새겨진 문(門)이 세워져있었다.

그 문에 어리둥절해 있던 군웅들은 곧 등장하는 남궁가주를 비롯한 남궁세가의 인물들에게로 시선이 모였다.

그 가운데 하인들이 탁자와 의자 열 개를 쪽 늘어놓고 그 위에 각기 종이뭉치와 붓, 벼루, 숫자가 쓰인 붉은 천들을 내려놓았다.

창룡대원들이 그 의자들을 모두 채우고 앉자 총관 해일청이 장내의 모든 이들에게 들리도록 진기를 끌어올려 외쳤다.

“지금부터 비무대회에 참가하실 분들은 여기 이들 앞에 놓인 종이에 성명을 적어주시고 번호가 쓰인 붉은 띠를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서 열 개의 탁자로 향했다. 탁자를 열 개나 놓아두었는데도 참가지원자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이나 걸려서야 모두 이름을 적고 붉은 띠를 받아 갈수 있었다.

이름이 적힌 종이다발들을 모두 모아 받아든 해일청은 슬쩍 이맛살을 찌푸렸다. 참가자들이 천오백 명 가까이 되었던 것이다.

이래서는 띠를 열 개 이상으로 한다고 해도 본선진출자가 백오십 명이나 되는 셈이니 본선 비무대회만 해도 며칠은 걸릴 것이 분명했다.

‘역시 세가인들을 참가시켜야겠어.’

이에 슬쩍 눈치를 주니 각 각주들의 이름과 창룡대원들 중 수위를 차지하는 자들로 채워진 명단이 적룡대주 남궁강으로부터 총관에게 내밀어졌다. 그리고 남궁강들은 품에서 붉은 띠를 꺼내 머리에 둘렀다. 그들은 미리 계획된 대로 본선진출자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예선에 참가하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본 총관이 다시 진기를 끌어올려 좌중에 외쳤다.

“예선 참가자들은 모두 머리에 붉은 머리띠를 둘러주십시오. 시간은 해시(亥時)부터 묘시(卯時)까지입니다. 그 때까지 열 개 이상의 붉은 띠를 얻은 분만이 이 승천문의 안으로 들어와 본선진출을 할 수 있습니다. 규칙은 살인과 상대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큰 부상을 입히는 것 이외에 모든 방식이 가능합니다.”

그 규칙에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군웅들을 보며 총관은 희죽 웃은 뒤에 말했다.

“강호는 강자존이란 것을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강함은 단순히 무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방식의 예선을 마련한 것입니다.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해 이 승천문안으로 들어와 주십시오. 우리는 그들을 승리자이자 영웅이라 부를 것입니다.”

와!

군웅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무로 예선을 치르는 것보다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째앵!

징이 울리며 예선의 시작을 알리자 수많은 횃불들이 불을 밝힌 속에서 붉은 띠를 머리에 묶은 이들이 몸을 긴장한 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나 무작정 붙잡고 비무를 청하는 이들, 붉은 띠를 풀어 숨기고 군웅들 사이에 몸을 숨기는 이들, 슬쩍 붉은 띠를 훔치는 이들, 아주 대놓고 붉은 띠를 돈으로 사겠다는 이들 등.

혼란한 장내의 상황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의박운개(衣薄雲丐) 형산(荊山), 패소웅(覇小雄) 팽만군(彭滿君), 호면랑(狐面郞) 당소추(唐昭推) 등의 후기지수들이었다.

의박운개 형산은 빠른 신법을 이용해 사람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붉은 띠를 과일 따듯 낚아채고 있었고 패소웅 팽만군은 도풍을 일으켜 사람들을 쓰러트리고 낙엽 줍듯 붉은 띠를 줍고 있었다. 그리고 호면랑 당소추는 슬쩍 마비독(痲痹毒)을 풀어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붉은 띠를 빼앗아가는 식이었다.

또한 남궁세가인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창룡대주 남궁호나 적룡대주 남궁강은 반시진도 안되어서 붉은 띠를 열 개 이상씩 모았을 정도였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첫 번째 승천문으로 들어서는 이가 있었으니 개방제자인 형산만큼이나 지저분한 몰골에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이십대 청년이었다.

그가 붉은 띠 열 개를 보여주자 총관이 북소리를 울리며 크게 외쳤다.

둥둥둥!

“야랑(夜郞) 종유기(鍾有奇)! 본선 진출이요!”

그 소리가 예선참가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는지 군웅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그 가운데 두 번째로 승천문으로 들어선 이는 옥수선풍(玉手扇風) 제갈지(諸葛智)였다.

둥둥둥!

“옥수선풍 제갈지! 본선 진출이요!”


서동휘(徐潼煇)가 태어난 해는 중원 전역에 몇 년째 지독한 흉년이 들던 해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태어나 몇 달도 되지 않아 무호(蕪湖)의 한 부잣집 앞에 버려졌다.

다른 해였다면 부잣집에서 거두어 하인으로 나마 삼았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집 앞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다보니 부잣집에서도 더는 아이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 집 앞에 누구의 돌봄도 없이 사흘이 넘게 버려져 있었다.

목청이 터져라 울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작아지고 목에서 쇳소리가 나게 되자 아이를 응시하는 시선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굶주림에 지친 이들이 아이의 인육을 차지하고자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그 아이의 인육을 차지할 수 없었다.

지나가던 행승이 아이를 데려가 버렸기 때문이다.

행승에게 서동휘라는 이름을 받은 아이는 깊은 산, 낡은 절에서 스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동휘는 스님으로부터 탁발하는 법, 나물 캐는 법, 호흡하는 법, 간단한 글자 등을 배우며 편안한 삶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열 살이 되던 해 까지였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많아 자리를 보존하는 일이 많았던 스님이 세상을 떠나자 동휘는 다시 혼자 남겨졌다.

몇 달 동안은 절에서 살며 어떻게든 버텼지만 결국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아이는 험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면서 동휘는 스님이 자신에게 알려준 호흡법이 굉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 배가 고파 객잔에서 버린 음식 쓰레기를 주워먹고 탈이 났을 때도 뒷골목 건달패들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도 호흡법으로 어떻게든 생을 이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흡법 하나에 의지해 천하를 떠돌아다니던 동휘는 자신에 대해 어이없으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자신이 절망적일 정도로 운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구걸한 음식은 어찌 목구멍으로 넘긴다 해도 금전이 생기면 대부분을 빼앗기거나 잃어버리고 어쩌다가 얻은 일거리도 하루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번성하던 객잔도 그가 들어가면 갑자기 망해버리거나 임금을 주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이다.

심지어 그가 잠시 비를 피해 숨어들었던 장원(場院)에는 갑자기 벼락이 떨어져 순식간에 폭삭 내려앉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되니 자신이 빌어먹고 살 수밖에 없는 거지 팔자임을 확신한 동휘였지만 그는 지저분한 거지로는 살고 싶지 않았다.

스님의 가르침 덕분인지 깨끗한 것을 좋아해서 한 겨울에도 찬물로 목욕을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동휘가 한 선택은 다시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 산 저 산 돌아다니며 풀뿌리나 캐어먹고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동휘는 산속을 지나가는 한 무리의 무림인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사람들인지라 반갑게 다가서는 그를 그들은 같은 무림인으로 착각했다.

보통 평범한 사람이 산에서 병장기를 지닌 무인들을 보고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들과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을 나누다가 남궁세가 소가주의 취임식에 화제가 이르렀을 때였다.

그들은 동휘에게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남의 집 귀한 잔치를 망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오래간만에 사람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결국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남궁세가에 와서 본 크고 화려한 전각들과 한껏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과 술, 그는 난생처음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한편으로 불안했다.

혹시 자신으로 인해 남궁세가가 졸지에 몰락하지는 않을지. 그 불안이 우려만은 아닌 것이 지금까지 그의 경험이었다.

그런 그의 불안을 부채질 하듯 갑자기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하북팽가의 팽만군과 비무를 벌이기 시작했다.

무림인이 아닌 그가 보기에 그것은 마치 황소와 고양이가 싸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마 이 비무로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죽고, 그로인해 하북팽가와 싸움이 일어나서 남궁세가가 몰락하게 되는 것은......’

그러나 다행히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승리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다시 비무대회라는 불안요소가 튀어나왔다.

이러다가는 진짜 자신의 불행이 옮겨져서 배터지게 음식을 베풀어 준 남궁세가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남궁세가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런 그를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남궁세가까지 동행했던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서동휘를 숨은 기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동휘에게서는 어딘지 모르게 세상사를 달관한 듯한 표표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도를 닦는 도사들 같은.

그것은 그가 익히고 있는 호흡법이 차가운 물처럼 순수한 기운이기에 저절로 가지게 된 청정한 분위기와 그 자신이 거지팔자임을 깨닫고 모든 욕심을 버려서 생긴 무욕의 마음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그들은 진짜 도사를 보다 더 도사 같은 기운을 풍기는 서동휘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비무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니 이 기회에 서동휘의 진면목을 보고 싶은 욕심에 그를 비무대회에 참가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남궁세가를 떠나려는 서동휘의 앞을 가로막고 계속해서 술을 권하면서 비무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은근슬쩍 속을 떠보았다.

“하아, 저 같은 이가 무슨 비무대회입니까? 저는 무인이 아닙니다.”

그들은 서동휘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우선 비무대회에 참가신청을 내시고 저희들에게 기회를 주신다는 생각으로 저희와 비무할 때 져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보통 무인에게 져달라는 말은 모욕이었지만 그들이 아는 서동휘는 그런 것을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안심하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서동휘는 잠깐 생각해보더니 승낙해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남궁세가로 오는 동안 그들에게 받았던 온정을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기에 동휘는 승낙하고야 말았다. 져주는 일쯤은 간단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그 져주는 일이 간단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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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 3장 비무대회 (9) +16 18.01.12 104 0 9쪽
23 제 3장 비무대회 (8) +14 18.01.11 10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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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 3장 비무대회 (5) +16 18.01.08 81 0 9쪽
19 제 3장 비무대회 (4) +25 18.01.07 118 0 8쪽
18 제 3장 비무대회 (3) +19 18.01.06 100 0 11쪽
» 제 3장 비무대회 (2) +12 18.01.06 89 0 11쪽
16 제 3장 비무대회 (1) +13 18.01.04 111 0 8쪽
15 제 2장 소가주 취임식 (7) +17 18.01.03 106 0 11쪽
14 제 2장 소가주 취임식 (6) +21 18.01.01 1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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