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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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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55,410
추천수 :
20,926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03 13:10
조회
24,943
추천
521
글자
11쪽

제 2장 소가주 취임식 (7)

DUMMY

기세를 피어 올리는 팽만군의 모습에 남궁태는 왜 예부터 호환(虎患)이 무섭다고 하는 것인지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호랑이가 눈앞에서 시퍼런 살기를 흘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시선을 조금이라도 돌리면 목덜미를 물어뜯길 것 같은 공포에 남궁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궁태는 문뜩 왜 자신이 공포를 느끼는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죽음은 이 세상을 떠나야하는 일이기에 아쉽기는 하지만 그 뒤에는 환생이 있다. 이처럼 공포를 느낄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공포심이 서서히 사라지고 나자 남궁태는 자신을 향해서 공격해 들어오는 도의 모습을 선명하게 직시할 수 있었다.

마치 호랑이가 위에서부터 덮쳐오는 듯한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의 한 초식인 맹호하산(猛虎下山)이었다.

이에 남궁태는 허둥지둥 뒷걸음질을 치며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오랜 반복 수련의 결과였을까?

검은 마치 그 스스로가 의지를 지닌 듯 지(地)의 초식을 전개해 팽만군의 도를 막아냈다.

카강!

그러나 남궁태가 운 좋게 팽만군의 도를 막을 것은 그 한번뿐이었다. 무거운 도의 기세에 눌려 남궁태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호랑이가 먹이를 향해 이빨을 들이미는 형세의 도망(刀鋩)속에서 남궁태는 초조해졌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의 뒤로는 구경하려고 모여 들어있는 세가인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한 발작이라도 더 물러나면 그들이 팽만군의 도에 의해 쪼개질 것이었다. 무공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차라리 자신이 죽으면 죽었지 그들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남궁태는 나름 각오를 정하고 수만 번이나 반복했던 천(天)의 초식을 시전 했다.

느리고 무겁게.

그 검의 흐름에 남궁태는 마치 억겁의 시간이 흐른 듯 긴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보는 이에게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남궁태의 검이 팽만군의 심장을 겨누고 있게 보였다.

그 놀라운 반전의 광경에 모든 이가 숨을 멈추고 있는 가운데 팽만군이 허탈하게 말을 던졌다.

“졌다.”

순간 장내가 떠내려갈 듯한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소가주님, 만세!”

“남궁세가, 만세!”

세가인들의 환호 속에서 강호의 명숙들과 후기지수들도 경악해 마지않았다.

그것은 남궁태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었던 남궁중과 세가의 장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팽만군을 이처럼 쉽게 이겨낼 줄은 그들로서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곧 자랑스러움으로 변해갔다.

남궁태의 끊임없는 무공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떠올랐던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쉬지 않고 어찌 보면 미련하게까지 보일 정도로 검만을 휘둘렀던 남궁태가.

그 노력이 지금의 결실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동안의 고생이 보상받은 듯해 그들의 가슴까지 벅차오를 정도였다.

그처럼 세가의 장로들이 감동에 휩싸여있을 때 강호의 명숙들과 후기지수들은 얼굴이 굳어져서 이후의 강호정세를 근심하고 있었다.

지금도 남궁세가의 성세가 심상치 않은데 이후 남궁태가 가주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자 그 근심이 더욱 커졌던 것이다.

그 가운데 제갈세가의 신산자 제갈필과 사천당가의 만독백의 당문취는 은밀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이후 남궁세가의 독주를 막기 위한 동맹의 필요성을 그들은 이 비무로 인해 절감했던 것이다.


옥수선풍(玉手扇風) 제갈지(諸葛智)는 후기지수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힘에는 패소웅 팽만군에게, 교활함에는 호면랑(狐面郞) 당소추(唐昭推)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의 기교와 지략이라면 충분히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남궁태처럼 팽만군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는 자신할 수 없었다.

아직도 조금 전의 광경이 그의 뇌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곁에서 지켜보는 자에게조차 온몸이 쩌릿해지도록 느껴지는 강대한 팽만군의 패기 앞에서 남궁태는 시종 미풍 앞에 서 있듯 고요한 눈길로 팽만군을 응시하고 서 있었다.

그 여유로운 태도가 신경에 거슬렸던 것일까?

팽만군은 처음부터 강맹한 공격에 나섰다.

그 공격에 남궁태는 마치 상대의 역량을 파악해보려는 듯 느릿하게 검을 휘둘러 팽만군의 도에 부딪쳐갔다.

카강!

그 한 번의 부딪침만으로 팽만군은 충격을 받은 듯 눈에 보일 정도로 신형이 흔들렸지만 남궁태는 부드럽게 그저 한발 물러섰을 뿐이었다.

이에 팽만군은 이를 악물고 더욱 거센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번에도 남궁태는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슬쩍 슬쩍 움직이면서 그 강맹한 공격들을 모두 피해냈다.

그것은 마치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한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교본과도 같았다. 그러나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가 없는 법.

팽만군의 도가 천라지망(天羅地網)으로 피할 길을 모두 봉쇄하자 드디어 남궁태의 움직임이 멈추어졌다.

이제 누가 보아도 날카로운 도에 남궁태의 목덜미가 물어뜯길 일만 남은 듯이 보였다.

그런데 그 때였다.

아주 느리게 남궁태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 움직임이 마치 한순간에 공간을 뛰어넘은 듯 보였다면 단순한 눈의 착각일까?

어느새 남궁태의 검은 팽만군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제갈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의 그 단 한수는 무의 기재나 천재라는 단순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그로서는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할 집념의 노력이 깃들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졌다.”

팽만군이 패배를 선언하는 말과 함께 장내를 진동하는 환호성속에서 제갈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살기를 감추기 위해서 애를 써야만했다.

저 환호성 속에 서 있어야 할 사람은 자신인데 그것을 남궁태에게 빼앗긴 듯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찬사 속에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남궁태가 마치 거대한 벽으로서 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듯해 마음속에 칼을 품는 제갈지이었지만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흠모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남궁태에게 다가와 말했다.

“승리를 축하합니다, 남궁 소가주. 후기지수들 중에 수위인 패소웅 팽만군을 이기셨으니 이제 남궁소가주가 우리 후기지수들의 수위(首位)입니다. 부디 앞으로 후기지수들을 잘 영도하여 주십시오.”

그러면서 슬쩍 후기지수들의 영면을 살핀 제갈지는 후기지수들의 수위라는 말에 남궁태에게 은근히 적대감을 드러내는 몇몇 후기지수들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렸다.

괜히 자신이 직접 손을 써 남궁세가와 척을 지기 보다는 다른 후기지수들의 손을 빌려 남궁태를 처리하려는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가 먹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궁태는 그런 제갈지의 속셈은 몰랐지만 자신이 후기지수들의 수위라는 말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팽만군을 이긴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남궁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감당할 수 없는 말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운이 좋았을 뿐. 다시 한다면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쉽게 팽만군을 이겨놓고 할 말은 아니었기에 다른 이가 말했다면 오히려 이 정도도 못해서 어떻게 하냐는 조롱의 뜻으로 받아들여졌을 말이었다.

그런데 남궁태가 말하자 느낌이 달랐다. 그 말이 절대적인 사실로서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패한 팽만군조차 스스로가 운이 없어서 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되자 그 때까지 남궁태에게 적의를 보이던 후기지수들조차 점차 사라지고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그 상황에 제갈지는 속으로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가 보기에 분명 남궁태는 팽만군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가볍게 눌러 버렸는데 남궁태의 한마디에 그 실력이 단순한 운으로 바뀌다니······

어쩌면 남궁태의 무서움은 그의 무공실력만이 아닌 언변에도 있다는 생각에 남궁태에 대한 경각심과 시기심을 더욱 끌어올리는 제갈지였다.

그런 제갈지를 눈여겨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남궁진이었다.

얼마 전까지 자신 또한 남궁태에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남궁진에게는 제갈지의 생각들이 손에 잡힐 듯이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남궁세가인들을 제외한 이들 중에서 남궁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이는 제갈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들은 이제 어쩌면 팽만군이 남궁세가의 체면을 보아주기위해 일부러 져주었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요주의 인물로서 제갈지를 기록한 남궁진은 슬쩍 가주인 남궁중(南宮仲)에서 제안했다.

“이 기회에 저희 동량들의 안목을 넓혀주심이 어떠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남궁태에게 시선을 주는 남궁진의 의도를 남궁중은 정확하게 읽어냈다.

이런 기회에 아니면 남궁태가 언제 또 이런 쟁쟁한 고수들의 무위를 견식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그 만큼 남궁태가 직접 몸을 움직이는 일은 흔치 않았던 것이다.

남궁중이 생각하기에 그 게으름이야말로 남궁태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물론 그 약점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남궁중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남궁중은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자신에게 돌린 후 강호의 명숙들에게 말했다.

“흠흠, 어떻습니까? 제 아들의 말대로 이 기회에 아이들의 안목을 넓혀주는 것은요.”

그 말에 신산자 제갈필이 말했다.

“헛헛, 이 나이에 아이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기에는 좀······”

“상당히 겸연쩍지요.”

옆에서 만독백의 당문취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여기저기서 사양하는 목소리가 드높아졌다.

그에 제갈필이 제안했다.

“우리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비무대회를 열어보는 것은 어떻겠소? 팽만군 소협과 남궁소가주의 비무에서처럼 배우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되오만.”

‘아이들의 비무에서는 내 아들이 배울만한 것이 없을 것 같소만.’

속으로 그런 말을 삼키면서도 남궁중은 흔쾌히 웃으며 허락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어르신들의 결정이 내려지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긴장과 함께 기대감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때까지 그들은 사문이나 세가내에서 무공을 수련하기만 했을 뿐 다른 문파와의 비무는 거의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사문이나 문파, 세가의 이름을 걸고 비무를 하게 됨은 물론 자신의 이름을 세간에 알리게 되었으니 자연히 긴장감과 기대감에 들뜨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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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3장 비무대회 (10) +15 18.01.12 412 0 9쪽
24 제 3장 비무대회 (9) +16 18.01.12 10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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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 3장 비무대회 (3) +19 18.01.06 10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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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3장 비무대회 (1) +13 18.01.04 111 0 8쪽
» 제 2장 소가주 취임식 (7) +17 18.01.03 106 0 11쪽
14 제 2장 소가주 취임식 (6) +21 18.01.01 1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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