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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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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55,787
추천수 :
20,926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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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글자
12쪽

제 2장 소가주 취임식 (6)

DUMMY

청룡전에 오른 남궁태는 우선 남궁환을 비롯한 세가의 장로분들과 몇몇 강호명숙들에게 일일이 포권(抱拳)을 해보이고는 가주인 남궁중의 앞에 섰다.

그러자 남궁중은 총관에게 붉은 비단에 쌓여있는 함을 가지고 오게 하더니 남궁태의 앞에 놓고는 뚜껑을 열어보였다.

함안에는 철검 한 자루와 영패가 들어있었다.

남궁중은 철검을 들어 남궁태에게 내밀며 물었다.

“너는 무인으로서 의(義)와 협(俠)을 그 신조로 삼을 것을 맹세하겠느냐?”

“맹세합니다.”

남궁태가 철검을 두 손으로 받아들자 이번에 남궁중은 영패를 내밀며 물었다.

“너는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세가인들의 모범이 되고 옳은 길로서 이끌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합니다.”

“너는 오늘로서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되었다.”

남궁태가 철검을 허리에 차고 영패를 받아 품에 넣자 순간 우뢰와 같은 함성소리가 남궁세가를 뒤흔들었다.


시끌벅적한 잔치가 벌어진 가운데 남궁태는 남궁중에게 이끌려 다니며 여러 강호명숙들의 소개를 받았다.

그런데 소개를 받은 강호명숙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떨떠름했다.

시종일관 남궁태가 그들에게 단 두 마디만 했던 것이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때까지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의 칭송을 들어왔던 그들이기에 지금 하는 남궁태의 말이 다분히 건성으로 들렸던 것이다.

평소에 미사여구의 칭송을 하는 이들을 교언영색(巧言令色)한 이들이라며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던 소림의 현목신승(賢目神僧) 정효대사(靜皛大師)나 무당의 청진도장(淸眞道丈)조차도 간이 안 된 음식을 먹은 듯 싱숭생숭한 기분이었으니 다른 이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들의 마음을 눈치 챈 남궁중은 남궁태를 대신해 변명하듯 말했다.

“허허, 미안하오이다. 실은 이 녀석이 워낙 말이 없는 대다가 말주변머리도 없는 성격이라······ 오늘처럼 말을 많이 한 것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일 거요.”

“허어!”

모두들 약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남궁태를 쳐다보다가 다시 남궁중을 바라보았다. 저렇듯 원만하지 못한 성격으로 소가주 위를 제대로 해내겠냐는 눈빛들이었다.

남궁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 나도 그게 걱정이지만 아버님이 워낙······”

그러다 남궁중은 짐짓 실수했다는 듯 난처한 기색으로 남궁태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허허, 어찌되었든 앞으로 이 녀석을 잘 부탁드리겠소이다. 세가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녀석이라 세상사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허헛!”

좌중엔 한차례 가벼운 웃음이 감돌았다.

남궁중의 말로 눈치가 빠른 강호 명숙들은 왜 지금까지 남궁태에 관한 풍문이 전혀 없었는지 그리고 남궁중이 인의협 남궁환의 강권에 못 이겨 남궁태를 소가주위에 올리기는 했지만 내심 남궁태에 대해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등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심 남궁태를 경계하던 마음을 풀며 남궁환의 죽음 이후 남궁세가가 다시 소가주위를 둘러싸고 파란이 일 것을 예감했다.

그런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며 남궁중은 속으로 계획대로 되어간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했다.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남궁태의 뛰어남을 감추기 위해 세가의 실세들과 남궁진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낸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그 모든 계획을 수포로 만들고 말았다.

그것은 개방방주인 취선걸개 호연추를 소개했을 때의 일이었다.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남궁태가 한마디를 더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산(山)과 친우의 의를 맺은 남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취선걸개는 당황했다.

그것은 남궁태가 자신의 제자인 형산과 친우의 의를 맺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남궁태의 말과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확연하게 다른, 다른 이들과는 차별되는 그에 대한 진정과 호감 때문이었다.

그에 평소 거지생활로 자신의 안면이 몸의 때만큼이나 두껍다고 자화자찬하던 취선걸개로서도 쑥스러움과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강호 명숙들은 은근히 밀려드는 불쾌감에 헛기침들을 했다. 저 취선걸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다니······

“허헛!”

“큼!”

하지만 그들보다 더 불쾌해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세가의 장로들이었다.

그동안 그들이 저 무뚝뚝한 종손의 호감을 사기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생각해보면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였다.

거처에서 한발자국도 옮기길 귀찮아하는 종손을 보기위해 손수 걸음을 해야 했던 것은 물론이요, 인사 이외는 먼저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서 다정한 말 한마디 들어보겠다고 갖은 애교를 떨어야 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만난 거지노인이 단번에 그들과 같은 위치에 올랐으니 그들로서는 속에서 열불이 날 정도였다.

마치 사지를 찢어발길 듯이 노려보는 세가 장로들의 시선에 취선걸개는 흠칫 몸을 떨며 변명하듯 말했다.

“내 제자 녀석과 친우가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그 녀석 덕이지. 내 탓은 아니지 않은가?”

그 말에 장로들은 일제히 시선을 돌려 세가의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쪽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시선에는 왜 너희들은 종손과 친우가 되지 못해서 자신들을 고생시켰느냐는 노골적인 책망이 담겨 있었다.

그에 한 청년이 반발하듯 외쳤다.

“감히 소가주님과 친우가 되려하다니, 그 녀석이 주제를 모르는 거지 저희를 탓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로들과 세가인들이었다.

“그래, 그 주제도 모르는 녀석의 얼굴이 보고 싶군.”

남궁유현(南宮喩玄) 장로의 말에 심상치 않게 변하는 장내의 분위기에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가장 체구가 큰 패소웅(覇小雄) 팽만군(彭滿君)의 뒤에 숨어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의박운개가 의뭉스런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헤헤, 영광스럽게도 태와 친우가 된 개방의 의박운개 형산이라고 합니다. 태의 좋은 친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어르신들, 모쪼록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색한 웃음으로 어떻게든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애쓰는 의박운개였다. 하나밖에 없는 친우의 소가주 취임식이 자신으로 인해 망쳐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의박운개의 노력을 비웃듯이 취선걸개가 투덜거렸다.

“영광스럽기는! 이제 막 소가주가 된 저 녀석이 영광이라면 영광이지.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네게 무슨 영광이 있겠느냐?”

순간 싸늘한 바람이 장내를 휩쓸고 지나가더니 세가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일제히 취선걸개에게로 향했다.

취선걸개는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듯 했지만 모르는 척 비꼬기를 멈추지 않았다.

“무가를 이을 자라면 무릇 무공이 뛰어나야하거늘, 쯧쯧. 저런 약해빠진 서생 같은 몰골로 제대로 소가주 노릇이나 해낼지 모르겠구먼.”

세가의 장로들이나 중진들은 취선걸개가 시비를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참았다. 괜한 시비에 말려들어 남궁태의 능력이 드러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가의 젊은이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이 모욕을 당한 듯 낯빛을 붉혔다.

“소가주님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소가주님은 뛰어난 무인이십니다.”

한마음으로 외치는 세가인들의 모습에 강호 명숙들은 이토록 세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남궁태에게 슬며시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런 명숙들의 모습에 남궁중은 지금까지 남궁태의 뛰어남을 감추려는 노력이 모두 헛수고였다는 생각에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흡족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솔직히 그로서도 남궁태가 세가내에서 이토록 인망을 얻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평소 말이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의 아들인지라 인덕이 있는 가주는 되지 못해도 엄하고 존경받는 가주가 되면 그것으로 만족하리라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어 어느새 인의로운 가주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장내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변하자 의박운개 형산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를 힐끗 본 패소웅 팽만군이 거도(巨刀)를 들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거야 비무를 통해 증명하면 되는 일이지. 자, 나와 한 수 겨루어 보자고. 여기 실력을 증명해줄 무림인들은 많으니까 말이야.”

호승심을 감추지 못하고 형형한 안광을 빛내는 팽만군의 모습에 취선걸개가 잘됐다는 표정으로 호응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어디 남궁세가 소가주의 실력을 한번 보자고.”

“허허, 이거 기대되는 군요.”

신산자(神算子) 제갈필(諸葛疋)까지 나서서 부드럽게 권하자 꼼짝없이 비무를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세가인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아는 남궁태의 강함은 무공의 강함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인으로서 간단한 삼재검법의 수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같이 반복하는 그 열정에 있었던 것이다.

그들 또한 처음에는 남궁태의 수련을 칭찬하는 세가의 어르신들이 가소롭게만 생각되었었다.

하지만 사흘 나흘 남궁태의 수련을 따라해 본 그들은 남궁태가 한 무인으로서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지겨운 것은 둘째 치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몸이 이리저리 뒤틀리는 것이 더 이상 계속 해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존경하는 마음과는 별도로 남궁태의 실력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비록 남궁도와의 비무를 손쉽게 이겼다고는 하나 남궁도의 나이를 생각해볼 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무공실력을 지닌 패소웅 팽만군과의 비무는 달랐다.

진다고 해도 남궁태의 무공실력이 형편없음을 말할 사람은 없지만 너무 쉽게 패하면 그 또한 강호에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었고 더 나아가 남궁태가 무공을 연마하려는 노력을 포기해버리는 최악의 형태로서 나타날 수도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에 따라 세가인들은 창백한 안색으로 남궁중과 남궁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남궁중을 향해서는 어떻게든 이번 비무를 말려달라는 눈빛이었고 남궁태를 향해서는 안쓰럽고 죄송하다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당황하는 세가인들과는 달리 남궁중의 얼굴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그는 남궁태를 과대평가하는 남궁진의 말을 철저하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걱정은 남궁태가 비무에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에 있었다.

남궁태가 이긴다면 그 때까지 남궁태의 뛰어남을 감추기 위한 세가의 노력들이 모두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렇게 드러날 것이라면 남궁태의 능력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어 철저하게 남궁세가를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각오를 다진 남궁중은 남궁태에게 단오하게 말했다.

“너의 실력을 보여줘라.”

남궁태는 속으로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실력이 있다고 보여주고 말고 하란 말인가?

그런 남궁태의 어이없는 심정과는 상관없이 장내에는 어느새 비무를 할 만한 공간이 마련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그보다 머리두개는 더 커 보이는 거대한 체구의 그러나 얼굴만은 동안인 청년이 대도를 수수깡 휘두르듯 휘두르며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남궁태는 기가 질릴 정도였다.

왜 자신이 저런 무지막지해 보이는 녀석과 비무를 벌여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약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낫지 저런 녀석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남궁태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비무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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